비행기 탔어요/India2006. 10. 13. 22:46
Orchha : 사람들

오르차에서도 빠질수 없는건 사람들 이야기다.

오르차에 도착한 첫날... 시간도 늦었고 해서 대충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웬 가정집 여인네들이 우리를 향해 마담~ 마담~ 하면서 손짓을 한다. 머라는거야??? 하면서 다가가니 우리더러 들어오란다.
언니 들어가도 돼? 모르겠어.. 근데 아까 부터 계속 오라고 그래... 아무래도 가야할것 같아..

그 여인네들은 우리가 신기했나보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그녀들은 우리를 앉혀놓고 빙 둘러앉아 구경을 하며 자기네 나라 말로 머라 머라 떠든다. 말이 안통하는 그녀들과 우리는... 그저 씨익 웃기만 한다. ^^;;
그 집의 엄마처럼 보이는 분이 집안에서 과자 몇개를 내오신다. 감사히 받아들고 덥썩! 씹었지만 씹히질 않는다.
돌댕이보다 딱딱한 과자. 교정하는건 어케 아시고 이리 딱딱한걸 내주시나... -.-

초대해놓고 어색하셨는지, 이번엔 인도 가정식 카레같은걸 주신다. 숟가락도 없다. -.-
다행히 짜파티도 주셔서 짜파티로 싸서 먹는데... 먹기는 힘들다. 하하..

또 어색하셧나부다. 이번엔... 정말 웬 소똥 같이 생긴걸 내준다.
헉..... 과연 이걸 먹어도 살수 있는걸까... 족발처럼 생겼으면서도 족발도 아닌것이.. 먹으면 정신을 잃을것만 같다.
난 차마 용기 없어 못먹고 있는데 언니가 한입 먹는다.  나도 따라 슬쩍..먼 과일인가보다... 맛이 지독히 시다.
우리가 괴로워하는걸 본 이집 아낙네들... 너무 즐거워 한다. ㅡㅜ

물도 주신다. 인도에서 현지인들 먹는 물 먹으면 설사한다던데... 그래도 성의를 생각해서 반모금 마셔준다.
내가 많이 안먹고 있으니 어서 먹으라고 손짓한다. 'i'm so full~ ' 이라고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한다. ㅡㅜ

이제... 사태를 수습해야 할때가 온듯... 더이상 있다가는 멀 더 줄지 모른다.
언니.. 빨리 연필이나 뭐 하나 주고 일어나자.. 안되겠어... -.-
고자매는 평소엔 연필을 무겁게 잘 들고 다니다 꼭 중요한 순간엔 빼놓고 온다. 할수 없어 팬시노트하나를 줬다.

이때부터 이 가족들이 노트를 들고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췌 이걸 가지고 멀 하라는 걸까... 하는 표정이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노트에다가 자기들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허거덩...
힌두말로 이름써줘도... 우린 못알아 보는데.. 하하...

이건 프레즌트 에요~~~ 가지세요~~~ 아무리 말해도 못알아 듣는다. 프레즌트!! 프레즌트라니깐요!!!
다른표현이 하나 생각난 심언니... 기프트에요...
영어를 아주 코딱지 만큼 하는 삼촌같아 보이는 양반이 기프트 란 말을 알아 들었다. 다행 다행...
그제서야 그 가족들 고민의 표정도 사라지고... 웃으며 바이 바이~ 하고 나왔다. ㅎㅎㅎ

그 가족의 막내아들... 개구지고 귀엽다. 여인네들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찍어도 되냐니까 안된단다. 10루피를 내야 한단다. 그래도 초대까지 받았는데 돈내고 사진찍는건 좀 거시기 하다 싶어서 안찍음. 차라리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게 훨 낫다. 찍은 담에 돈내노라고 하는것 보다. ^^



얘네들 복장을 보면 알겠지만, 인도에서는 그래도 좀 있어보이는 편.
얘들이 우리랑 같이 사진을 찍고싶어했다. 이유가 뭔지 나도 궁금하다. ㅎㅎ
서울에 언제 도착하냐는둥, 도착하면 사진을 보내 달라는둥, 집주소 핸드폰 번호까지 물어보더라.
그래도 얘네들은 놈팽이는 아니었다. 아주 신사적(?)으로 대화를 했다.
근데 고자매, 너무 좋아하는 구려~ 



인도 유적지에 가면 어디서나 나타나는 박시시 부대. 인도 여행 내내 여행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중 하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몰려다니면 누구에게도 줄수가 없다. 박시시부대는... 해체만이 살길!!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식당이라곤 딸랑 세개뿐인 오르차..  맛도 가격도 다 그만그만 괜찮다.
그중 람라자 레스토랑이라는 식당 주인의 막내딸(?) 정도되는듯..  몇번 갔더니 우리를 알아보신건지 일영언니에게 안아보라고 주셨는데... 하하.. 애가 왕~ 하고 울어버린다. ㅋㅋㅋ
이집은 애가 몇인지... 세다가 포기. 너무!!! 많았다.



오르차의 숙소 포트뷰의 관리인 아저씨. 언제나 "your problem is my problem" 이라며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처음 숙소에 들어갔을때 문고리 하나가 아귀가 잘 안맞아서 고쳐달라 했더니 30여분을 연장과 씨름하셨다. 덥디 더운 오르차에서 에어쿨러가 고장나 멈춰있을때도 몇십분동안을 씨름하셨고... 한국사람 같았으면 5분, 10분이면 끝냈을 일을... 그렇지만 그 친절함과 미소는 한국사람이 절대로 못따라 간다. 잔돈이 없어서 100루피 짜리를 잔돈으로 바꿔달라 말씀드렸다. 당연히 카운터에 있을줄알고... 그런데 아니었나부다. 헉... 한참 걸어 다른 가게까지 가서 바꾸어다 주셨다. 돌아오는길에 오토릭샤 흥정도 해주시고... 아직까지는... 이런 친절함이 인도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사진 보내달라고 하셨는데.. 어케 드려야 하나 고민중.. ㅡㅜ




인도 유적지중에 작은 박물관이 하나 있다. 사실 박물관이라고 이름붙이기도 멋한.. 그냥 누가 그린 그림 몇장 전시되어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도 기억에 남았던건... 가이드를 해주신 이분의 유쾌함과 친절함 때문이었다.
영어를 못한다니까 무척이나 아쉬워 하시면서도 최대한 쉽게... 즐겁게... 모션까지 섞어가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관람을 마치고는 팁을 드려야 하는데, 인도에서 그 유명한 "as you like" 라고 하신다. 누군가 이말을 한다면... 나에게 사기를 치겠다는 의미인데... 이분의 그 말은... 정말 말 그대로 as you like 였고.. 우린 오르차 통합입장권 가격에 맞먹는 30루피를 드렸다. ^^
포트뷰에 묵는다고 하니까 본인이 그곳 정원 관리를 하신다며 매우 반가워 하셨다. 그러고 보니 포트뷰의 정원이 참 예뻣고.. 이곳 박물관의 조경도 참 예뻣는데... 솜씨가 대단하시고... 투잡이라니... 부지런 하시다. ^^  (사진협조 : 고자매)



위에 아저씨와 함께 박물관 가이드를 해준 친구... 밖에서 잠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중에 꽃도 꺽어다 주고...
근데 너 표정은 왜 그런거냐... -.-   (사진협조 : 고자매)



오르차는 작은 마을이라 하루면 다 둘러 본다.
셋째날... 할일도 없고 해서 갔던곳을 또 갔는데, 처음 갔을땐 못보고 지나친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는중 웬 인도 할아버지가 따라오라셨다. 우리는 또 가이드 해주고 돈을 달라는 할아버지 인줄 알고 그냥 우리 갈길을 갔다.
알고보니 이분도 그냥 관람객이셨다. (여전히 경직되어 있는 우리... )

그런데 이 할아버지... 계속 해서 힌두말로 여기 저기 설명을 해주셨다. 나중엔 주저 앉아서 힌두말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하나도 못알아 듣는 우리는 답답해 미칠지경...
간간히 영어를 하기는 하시는데... 집주소도 적어주시고... 이름도 적어주시고... 우리 이름도 적어가셨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시고 싶었던 걸까... 천천히... 오랫동안 말씀하시던 할아버지... 생각난다.
이 사진을 보시더니...  black and white 라며 껄껄 웃으셨다. black and black 인데.. 하하
(사진협조 : 고자매)

Posted by Es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