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jeeling : 숙소에서 생긴일
숙소때문에 벌어진 두가지 에피소드...
5일밤이나 자야하는 다즐링에서 쾌적한 숙소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도착 첫날은 가까운곳에서 대충 때웠고...
남은 4일중 2일은 앨리먼트라는(250루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나머지 2일은 dekeling(1,200루피) 이라는 중급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앨리먼트로 가는길...
가이드북을 보고 최대한 앨리먼트 가까이 왔는데 아무리 봐도 어딘지를 모르겠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조금 가면 갈림길, 물어봐서 조금 가면 또 갈림길.. 이런식이었다. 점점 지쳐가고 있는중 어떤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저리로 올라가라면서 매우 멀고 복잡하니까 가면서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란다.
그 사람이 가라는데로 올라가서 조금 가다보니 역시나 갈림길... 두리번 두리번 살펴보니 웬 빨래 너는 티벳탄(?) 청년이 보인다.
'저기.. 앨리먼트라고 알아??? '
'응.. 저쪽으로 가믄 돼... ' (청년이 말해준대로 갔는데 막다른 곳이 나온다... 다시 청년에게로 감... )
'잘 모르겠어... 어디로 가라고??? '
'잠깐 기달려봐... ' (청년은 열심히 빨래를 넌다. 빨래를 넌다기 보다 빨래줄을 장대에 고정시키기 위해 노력중)
'.......................' (계속 기다리고 있는 심언니... 내가 기다리는걸 보자 빨래줄을 동생에게 맡긴다.)
'이쪽길로 갈래? 저쪽길로 갈래?'
'몰라.. 젤로 짧은길... '
'그쪽길은 좀 복잡한데... 이쪽으로가서 저쪽으로 간다음에 다시 일루가따 절루가고... @.@ ' (정신이 혼미.. 해석도 안됨)
'걍 간단한 길로 갈께.... '
'그럼 말이지.. 일로 가따가.. 절로 가따가....... (멍하니 있는 날 보더니.. ) 따라와!! '
8키로 배낭을 메고 청년을 따라 간다. 헉... 이건 무슨 새로 생긴 트렉킹 코스냐... 거의 등반 수준이잖아... -.-
길안내 받는 주제에 불평 불만 다하면서 쫒아 간다. ' 너무 힘들어... 등반이잖아... 왜케 더워?? ... 중얼 중얼.. '
근데.. 정말 티벳탄인가? 큰 얼굴, 쌍커풀 없는 눈, 짧은 다리, 오동통한 종아리 알통... 딱 한국사람 체형인데...
티벳탄과 한국사람은... 역시 같은 몽골계 출신이란 말인가? 하하하...
한참을 올라가서 멈춘 청년...
'자 이제 어케 가나면.. 저쪽으로 쪼끔 가면 사람들이 있거덩... 거기 가서 또 물어봐야 돼.. '
'으응??? 어디로 가라고??? ' (심언니는 이미 눈이 풀렸다. 너무 힘들다)
'끙...... 따라와!!!' 히히.. 정말로 마음씨 고운 청년이다.
올라가는 중에 이것저것 묻기 시작한다. 어디서 왔냐, 직업은 있냐, 하는 일은 모냐, 지금은 휴가냐 홀리데이냐...
숨이 턱턱 막혔지만, 천천히 대답해준다.
그렇게 한 30분을 올랐을까... 청년이 어딘가를 가르치며.. 저기가 앨리먼트란다. ㅠ.ㅠ
'이봐... 너무 너무 너무... 고마워... 내가 음료수라도 한잔 사고 싶은데... 같이 마실테야??? '
마음씨 고운 청년은 그마저도 사양한채 나에게 바이 바이 해주고는 사라진다.
청년이 널던 빨래... 다 말랐겠다... 내려가면 빨래 걷을려나... 하하
암튼, 이렇게 힘들게 올라온 앨리먼트에는.............
방이 없었다. 꽈당... -.-
모든 의욕과 전의를 상실한채 거기서 두시간이나 인터넷을 하다 보니 비까지 온다. 이게 웬 낭패람.. --;;
기왕 이렇게 된 바에.. 게다가 여기까지 이렇게 오르내릴수도 없기때매 남은 4일을 dekeling 에서 묵기로 하고 산을 내려간다.
(다즐링 지리에 좀 익숙해 진후 다시 보니, 이곳은 산비탈에 있는 동네라서 옆길 같지만 알고보면 진짜로 등산을 해야 하는 코스다. 차라리 저쪽 멀리에서 오면 완만한 경사로 올수있는데 지도상 젤 가까운곳에서 출발했으니 경사면은 급해질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고산지대 가이드북에는... 등고선도 표시해 달라!!! )
dekeling 에서 생긴일
이 호텔은 다행히 내맘에 꼭 들었다. 첫날은 방이 없어서 1,200 루피짜리에 묵어야 하지만, 다음날 부터는 600루피짜리 방으로 옮겨줄수 있다는데... 그 600루피짜리 저렴한 방이 더 맘에 들었다. 공동욕실을 써야 하긴 했지만, 딱 두방만 사용하는 공동 욕실이라나...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다. 떠날때까지 4일간을 머물겠다고 이야기하고 체크인.
3번째 밤 저녁 6시쯤 잠깐 멀 가지러 방에 올라가는데 프론트 직원이 날 애타게 찾는다.
'마담~ 마담~~ 할말이 있어... ' 응??? 야가 왜 이런다냐...
'우리가 너한테 앞으로 이틀밖에 방을 못주겠어... 어떤 단체손님이 두달전에 우리호텔을 풀 부킹했는데.. 까먹었어..'
'흠... 그럼 난 괜찮은데.. 나 이틀만 더 있을거야... 두밤 자고 체크아웃할건데? ' 직원이 머리를 마구 굴리더니..
'아... 미안 미안... 이틀이 아니고 하루밤이네... '
'엉??? 하룻밤??? 그럼 나더러 내일 아침에 체크아웃 하라는거야??? '
순간 어이가 없었다. 당장 내일아침에 체크아웃 하라니... 그럼 난 내일 묵을 숙소는 알아보지도 못하고 짐싸서 나가란 말이야? 다즐링은 고지대 라서 4시면 해가 지기 시작하고 6시면 깜깜하다. 이시간에 나가서 숙소를 알아볼수도 없지 않은가.
이 직원이 너무 괘씸했다. 두달전 예약을 잊어버렸다는게 말이 되나. 그것도 호텔을 통채로 빌릴만큼의 단체인데..
아무래도 내가 4일째 묵기로 한날이 이지역 최대 축제날이고... 그래서 갑자기 단체손님이 들어왔다보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날 물로 봤다 이거지? 내가 영어도 못하고... 체구도 작고... 만만해 보였겠다... 흥...
'그래서??? '
'응? 그래서 내일 체크아웃 하라고... '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
'그렇게 해야돼... 아주 아주 큰 단체손님이 온다니까... 벌써 예약도 끝났어... '
'그래서 어쩌라구??? 나도 4일 묵겠다고 이야기 했고 니네도 ok 했잖아... 난 못나가... '
'4일 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나한테? 아님 내 친구한테? '
사실 체크인 할때 프론트에는 두명이 있었고, 내가 4일이라고 누구한테 이야기 했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난 우겼다. 너한테 했다고!! 다시 생각해보니, 호텔 손님인 내가 누가 프론트 직원이고, 누가 객실담당인지 일일이 알아야 하는가? 프론트에서 접수받았으면... 나에게는 다 똑같은 직원인데... 이씨.. 그땐 이말이 생각이 안났다.
'너한테도 했어!!! 니네 같이 있었잖아!! ' 다행히 지도 기억은 안나는 모양이다. 한풀 기세가 꺽인다.
'..................'
'이건 내잘못도 아니고 니네 실수잖아... 니네 문제니까 니네가 알아서 해결해..... '
'그리고.. 이야기를 할려면 빨리 해야 할거 아냐.. 해 졌는데 이제 이야기 하면 어떻게 해? '
'아까 10시쯤에 니방 갔었는데 아무도 없었어... '
'야.. 나 그시간에 다시 들어와서 숙소 있었어.. 11시까지!!! ' 이젠 금방 들통날 거짓말 까지 한다.
'어쨋건 그렇게 알아.. 다른 숙소 구하는건 우리가 도와줄게.. '
'니네 도움 필요 없거덩?? 일단... 생각해볼께!!! ' 하고 나와버렸다.
나와서 생각해본 결과... 일단 나는 방을 옮기고... 호텔차지를 디스카운드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몇군데 호텔을 찾아다녔는데... 그 축제때문에 온 호텔이 풀 부킹이었다. ㅡㅜ
네번째 방문한 곳은 약간 으슥한 곳으로 가야하는 곳이었는데... 1,200 루피짜리 방을 800에 합의보고 디파짓으로 500루피를 내고 왔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프론트로 갔다. 열나게 따져야지... 했는데 5층까지 가는동안 또 숨이 찼다. -.-
내가 다시 갔으면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해야 되는데... 어이 없는 이 직원.. 대뜸 하는말...
'나한테 키 맡겼어??? ' 꽈당... 역시 개념 상실이었다.
'아니..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 해야지... '
'아.. 그래... '
'그럼 내가 내일 체크아웃할테니 디스카운트 해줘... '
'응? 그건 안돼... 너한테는 이미 디스카운트 해준가격인데... '
'그래서? 그건 니네가 나한테 4일동안 머물게 해줬을때 가격이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디스카운트 해줘... '
'그렇게는 못해.... ' 열받은 심언니... 열나게 따진다.
'나혼자 결정 못해... 보스한테 물어봐야돼... '
'당장 물어봐!! '
'지금 보스는 여기 없어... 실리구리 갔어... 내일 아침에 와' (4시간거리)
'그럼 전화해!! '
'실리구리 갔다니까!!! ' 지가 더 승질이다. 확 그냥..
'핸드폰 해!! '
'번호 몰라'
나원... 말이 돼냐??? 내가 생각보다 오래 따지고 들자 지도 화가 났나부다. 지 동료와 이야기 하면서 언성을 높이고 전화기를 내던진다. 이 어처구니 없는 태도에 더 기가 막힌 나는 이때부터 더욱 싸늘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내일아침에 보스가 오거든 이야기 해봐'
'싫어.. 그건 니일이잖아. 니가 이야기 하고 나한테 이야기 해줘'
'아침에 오면 이야기 해줄께'
'싫다니까. 니가 직접 이야기해. 난 안할거야. 어쨋건 내일 아침에 다시 이야기해. '
하고는 내방에 들어와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분이 안풀렸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있는 사이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널어놓은 빨래들을 모조리 치우고 문을 여니 실리구리 가서 내일 아침에 온다던 보스가 와있다. -.-
호텔에서 오가다가 몇번 봤는데... 호텔 주방 아줌만줄 알았다. 하하하... 주인인줄 알았으면 좀더 잘 웃어주는건데..
주인왈... 자기들 잘못때문에 내가 몹시 화가 났다는걸 저 친구한테 들었다... 나한테 너무 너무 미안하다... 저친구 잘못은 없고 내가 말을 안해준것이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 그래서 단체 예약손님의 반은 다른 호텔로 보냈다.. 나머지 하루도 여기 묵으라고 이야기 한다.
거봐라... 30분만에 예약손님 절반을 다른데로 보냈다는게 말이 되냐... 다 뻥이었던 것 같다. --;;
여튼... 대충 이야기를 듣고 대답했다.
'난 더이상 이호텔에 묵고 싶지도 않고, 이미 다르 호텔을 예약했어.. 디파짓도 냈고... 그냥 할인만 해주면 돼..'
'어느호텔에 예약했는데? '
'말 안할래... '
'그래도 할인은 안돼.... 너한테는 이미 할인해서 준거야... '
'사실, 지난번에 투어리스트 오피스 사람을 만났는데... 내방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던데? 모두한테 할인해주는거 아냐? '
'아냐... 이지역에 호텔이 200개나 되는데.. 그사람이 어떻게 가격을 다 알아... 그렇지 않아... '
'어쨋건... 너네 때매 난 불필요한 노력을 해야 했으니깐.. 깍아줘... '
'그렇게는 안된다니까... '
'이것봐... 니네가 나한테 4일을 다 못준다고 했으면 난 여기 안묵었을거야.. 중간에 옮기는거 귀찮잖아... 근데 4일 준다고 해서 묵은거니까.. 니네한테 책임이 있어.. 그리고 요즘 너네 축제때매 온 호텔이 풀 부킹인건 너도알지? 내가 방구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줄 알아? 깍아줘... ' (약간의 과장이다.. 하하)
'그럼 하룻밤에 100루피씩 300루피 깍아줄께... ' 헐.. 택도 없다.
'500루피 깍아줘... '
'헉.. 그건 안돼........ '
의견타협을 보지 못한 우리는 다음날 아침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 사장이란 아줌마는 너무 너무 미안해 했기 때매 기분이 쪼금 풀렸다. 이후 난 내방에서 내가 이번일로 입은 손해를 1-5 까지 적고 20% off (460루피)를 요구했다..
다음날 아침, 사장 아줌마를 찾아가서...
어제 밤 적은 쪽지를 주며 이것이 이번일에 대한 내 의견이니 생각해 봐라... 11시에 다시 올테니 그때 이야기 하자고 나왔다.
11시에 가서 계산을 하는데 대충 보니 425루피를 깍아준다. 그래.. 뭐 그정도면.. 더 고집부리기도 귀찮고..
계산하고 나왔다.
짐싸들고 잠시 로비에서 쉬는중, 대포카메라를 메고 다니던 투숙객 한명이 말을 건다.
'오늘 떠나? '
'아니... 쟤네들이 나가래서.. 호텔 옮겨... '
'그래? 나도 그런데... 일본 단체손님이 왔대나 모래나... '
'정말??? 나도 그래!!! ' (헉.. 그럼 내가 어제 너무 오바한거야??? )
'아래층으로 내려가래.. 내일 다시 방 돌려준다는데... 모르지 뭐... ' (쳇.. 서양놈은 방만 옮기라 하고.. 난 나가래냐? )
이렇게 난생처음 사소한거에 목숨걸었던 일은 마무리 됐다. 그것도 영어로!!! 하하하 (먼가 말은 많아보이지만 매우 심플한 표현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히히히
dekeling 호텔 첫날 묵은 방. 디럭스 룸 이라는데.. 그닥 디럭스해보이진 않는다. 1200루피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21D239586D2B1C28)
2-3일째 묵은 방. 작지만 아담하고 아늑하고 좋았다. 층이 더 높아서 조용하고, 경치도 훨씬 좋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444E93C586D2B1C0D)
층마다 이런 로비가 있다. 아랫층 로비에는 벽난로도 있고... ^^
밤만 되면 서양여행자들이 나와서 차마시고 떠든다. 영어못하는 난... 누가 말이라도 시킬까 8시에 칼같이 방에 들어와 문잠그고 잔다. (1:1 대화는 서로 보조 맞춰주고 하면서 하면 되지만... 여럿이 하는 대화는 점차로 나만 소외될텐데... 그럼 부끄럽잖아.. ㅋㅋ)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20E6F36586D2B1C24)
숙소때문에 벌어진 두가지 에피소드...
5일밤이나 자야하는 다즐링에서 쾌적한 숙소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도착 첫날은 가까운곳에서 대충 때웠고...
남은 4일중 2일은 앨리먼트라는(250루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나머지 2일은 dekeling(1,200루피) 이라는 중급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앨리먼트로 가는길...
가이드북을 보고 최대한 앨리먼트 가까이 왔는데 아무리 봐도 어딘지를 모르겠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조금 가면 갈림길, 물어봐서 조금 가면 또 갈림길.. 이런식이었다. 점점 지쳐가고 있는중 어떤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저리로 올라가라면서 매우 멀고 복잡하니까 가면서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란다.
그 사람이 가라는데로 올라가서 조금 가다보니 역시나 갈림길... 두리번 두리번 살펴보니 웬 빨래 너는 티벳탄(?) 청년이 보인다.
'저기.. 앨리먼트라고 알아??? '
'응.. 저쪽으로 가믄 돼... ' (청년이 말해준대로 갔는데 막다른 곳이 나온다... 다시 청년에게로 감... )
'잘 모르겠어... 어디로 가라고??? '
'잠깐 기달려봐... ' (청년은 열심히 빨래를 넌다. 빨래를 넌다기 보다 빨래줄을 장대에 고정시키기 위해 노력중)
'.......................' (계속 기다리고 있는 심언니... 내가 기다리는걸 보자 빨래줄을 동생에게 맡긴다.)
'이쪽길로 갈래? 저쪽길로 갈래?'
'몰라.. 젤로 짧은길... '
'그쪽길은 좀 복잡한데... 이쪽으로가서 저쪽으로 간다음에 다시 일루가따 절루가고... @.@ ' (정신이 혼미.. 해석도 안됨)
'걍 간단한 길로 갈께.... '
'그럼 말이지.. 일로 가따가.. 절로 가따가....... (멍하니 있는 날 보더니.. ) 따라와!! '
8키로 배낭을 메고 청년을 따라 간다. 헉... 이건 무슨 새로 생긴 트렉킹 코스냐... 거의 등반 수준이잖아... -.-
길안내 받는 주제에 불평 불만 다하면서 쫒아 간다. ' 너무 힘들어... 등반이잖아... 왜케 더워?? ... 중얼 중얼.. '
근데.. 정말 티벳탄인가? 큰 얼굴, 쌍커풀 없는 눈, 짧은 다리, 오동통한 종아리 알통... 딱 한국사람 체형인데...
티벳탄과 한국사람은... 역시 같은 몽골계 출신이란 말인가? 하하하...
한참을 올라가서 멈춘 청년...
'자 이제 어케 가나면.. 저쪽으로 쪼끔 가면 사람들이 있거덩... 거기 가서 또 물어봐야 돼.. '
'으응??? 어디로 가라고??? ' (심언니는 이미 눈이 풀렸다. 너무 힘들다)
'끙...... 따라와!!!' 히히.. 정말로 마음씨 고운 청년이다.
올라가는 중에 이것저것 묻기 시작한다. 어디서 왔냐, 직업은 있냐, 하는 일은 모냐, 지금은 휴가냐 홀리데이냐...
숨이 턱턱 막혔지만, 천천히 대답해준다.
그렇게 한 30분을 올랐을까... 청년이 어딘가를 가르치며.. 저기가 앨리먼트란다. ㅠ.ㅠ
'이봐... 너무 너무 너무... 고마워... 내가 음료수라도 한잔 사고 싶은데... 같이 마실테야??? '
마음씨 고운 청년은 그마저도 사양한채 나에게 바이 바이 해주고는 사라진다.
청년이 널던 빨래... 다 말랐겠다... 내려가면 빨래 걷을려나... 하하
암튼, 이렇게 힘들게 올라온 앨리먼트에는.............
방이 없었다. 꽈당... -.-
모든 의욕과 전의를 상실한채 거기서 두시간이나 인터넷을 하다 보니 비까지 온다. 이게 웬 낭패람.. --;;
기왕 이렇게 된 바에.. 게다가 여기까지 이렇게 오르내릴수도 없기때매 남은 4일을 dekeling 에서 묵기로 하고 산을 내려간다.
(다즐링 지리에 좀 익숙해 진후 다시 보니, 이곳은 산비탈에 있는 동네라서 옆길 같지만 알고보면 진짜로 등산을 해야 하는 코스다. 차라리 저쪽 멀리에서 오면 완만한 경사로 올수있는데 지도상 젤 가까운곳에서 출발했으니 경사면은 급해질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고산지대 가이드북에는... 등고선도 표시해 달라!!! )
dekeling 에서 생긴일
이 호텔은 다행히 내맘에 꼭 들었다. 첫날은 방이 없어서 1,200 루피짜리에 묵어야 하지만, 다음날 부터는 600루피짜리 방으로 옮겨줄수 있다는데... 그 600루피짜리 저렴한 방이 더 맘에 들었다. 공동욕실을 써야 하긴 했지만, 딱 두방만 사용하는 공동 욕실이라나...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다. 떠날때까지 4일간을 머물겠다고 이야기하고 체크인.
3번째 밤 저녁 6시쯤 잠깐 멀 가지러 방에 올라가는데 프론트 직원이 날 애타게 찾는다.
'마담~ 마담~~ 할말이 있어... ' 응??? 야가 왜 이런다냐...
'우리가 너한테 앞으로 이틀밖에 방을 못주겠어... 어떤 단체손님이 두달전에 우리호텔을 풀 부킹했는데.. 까먹었어..'
'흠... 그럼 난 괜찮은데.. 나 이틀만 더 있을거야... 두밤 자고 체크아웃할건데? ' 직원이 머리를 마구 굴리더니..
'아... 미안 미안... 이틀이 아니고 하루밤이네... '
'엉??? 하룻밤??? 그럼 나더러 내일 아침에 체크아웃 하라는거야??? '
순간 어이가 없었다. 당장 내일아침에 체크아웃 하라니... 그럼 난 내일 묵을 숙소는 알아보지도 못하고 짐싸서 나가란 말이야? 다즐링은 고지대 라서 4시면 해가 지기 시작하고 6시면 깜깜하다. 이시간에 나가서 숙소를 알아볼수도 없지 않은가.
이 직원이 너무 괘씸했다. 두달전 예약을 잊어버렸다는게 말이 되나. 그것도 호텔을 통채로 빌릴만큼의 단체인데..
아무래도 내가 4일째 묵기로 한날이 이지역 최대 축제날이고... 그래서 갑자기 단체손님이 들어왔다보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날 물로 봤다 이거지? 내가 영어도 못하고... 체구도 작고... 만만해 보였겠다... 흥...
'그래서??? '
'응? 그래서 내일 체크아웃 하라고... '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
'그렇게 해야돼... 아주 아주 큰 단체손님이 온다니까... 벌써 예약도 끝났어... '
'그래서 어쩌라구??? 나도 4일 묵겠다고 이야기 했고 니네도 ok 했잖아... 난 못나가... '
'4일 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나한테? 아님 내 친구한테? '
사실 체크인 할때 프론트에는 두명이 있었고, 내가 4일이라고 누구한테 이야기 했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난 우겼다. 너한테 했다고!! 다시 생각해보니, 호텔 손님인 내가 누가 프론트 직원이고, 누가 객실담당인지 일일이 알아야 하는가? 프론트에서 접수받았으면... 나에게는 다 똑같은 직원인데... 이씨.. 그땐 이말이 생각이 안났다.
'너한테도 했어!!! 니네 같이 있었잖아!! ' 다행히 지도 기억은 안나는 모양이다. 한풀 기세가 꺽인다.
'..................'
'이건 내잘못도 아니고 니네 실수잖아... 니네 문제니까 니네가 알아서 해결해..... '
'그리고.. 이야기를 할려면 빨리 해야 할거 아냐.. 해 졌는데 이제 이야기 하면 어떻게 해? '
'아까 10시쯤에 니방 갔었는데 아무도 없었어... '
'야.. 나 그시간에 다시 들어와서 숙소 있었어.. 11시까지!!! ' 이젠 금방 들통날 거짓말 까지 한다.
'어쨋건 그렇게 알아.. 다른 숙소 구하는건 우리가 도와줄게.. '
'니네 도움 필요 없거덩?? 일단... 생각해볼께!!! ' 하고 나와버렸다.
나와서 생각해본 결과... 일단 나는 방을 옮기고... 호텔차지를 디스카운드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몇군데 호텔을 찾아다녔는데... 그 축제때문에 온 호텔이 풀 부킹이었다. ㅡㅜ
네번째 방문한 곳은 약간 으슥한 곳으로 가야하는 곳이었는데... 1,200 루피짜리 방을 800에 합의보고 디파짓으로 500루피를 내고 왔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프론트로 갔다. 열나게 따져야지... 했는데 5층까지 가는동안 또 숨이 찼다. -.-
내가 다시 갔으면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해야 되는데... 어이 없는 이 직원.. 대뜸 하는말...
'나한테 키 맡겼어??? ' 꽈당... 역시 개념 상실이었다.
'아니..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 해야지... '
'아.. 그래... '
'그럼 내가 내일 체크아웃할테니 디스카운트 해줘... '
'응? 그건 안돼... 너한테는 이미 디스카운트 해준가격인데... '
'그래서? 그건 니네가 나한테 4일동안 머물게 해줬을때 가격이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디스카운트 해줘... '
'그렇게는 못해.... ' 열받은 심언니... 열나게 따진다.
'나혼자 결정 못해... 보스한테 물어봐야돼... '
'당장 물어봐!! '
'지금 보스는 여기 없어... 실리구리 갔어... 내일 아침에 와' (4시간거리)
'그럼 전화해!! '
'실리구리 갔다니까!!! ' 지가 더 승질이다. 확 그냥..
'핸드폰 해!! '
'번호 몰라'
나원... 말이 돼냐??? 내가 생각보다 오래 따지고 들자 지도 화가 났나부다. 지 동료와 이야기 하면서 언성을 높이고 전화기를 내던진다. 이 어처구니 없는 태도에 더 기가 막힌 나는 이때부터 더욱 싸늘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내일아침에 보스가 오거든 이야기 해봐'
'싫어.. 그건 니일이잖아. 니가 이야기 하고 나한테 이야기 해줘'
'아침에 오면 이야기 해줄께'
'싫다니까. 니가 직접 이야기해. 난 안할거야. 어쨋건 내일 아침에 다시 이야기해. '
하고는 내방에 들어와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분이 안풀렸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있는 사이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널어놓은 빨래들을 모조리 치우고 문을 여니 실리구리 가서 내일 아침에 온다던 보스가 와있다. -.-
호텔에서 오가다가 몇번 봤는데... 호텔 주방 아줌만줄 알았다. 하하하... 주인인줄 알았으면 좀더 잘 웃어주는건데..
주인왈... 자기들 잘못때문에 내가 몹시 화가 났다는걸 저 친구한테 들었다... 나한테 너무 너무 미안하다... 저친구 잘못은 없고 내가 말을 안해준것이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 그래서 단체 예약손님의 반은 다른 호텔로 보냈다.. 나머지 하루도 여기 묵으라고 이야기 한다.
거봐라... 30분만에 예약손님 절반을 다른데로 보냈다는게 말이 되냐... 다 뻥이었던 것 같다. --;;
여튼... 대충 이야기를 듣고 대답했다.
'난 더이상 이호텔에 묵고 싶지도 않고, 이미 다르 호텔을 예약했어.. 디파짓도 냈고... 그냥 할인만 해주면 돼..'
'어느호텔에 예약했는데? '
'말 안할래... '
'그래도 할인은 안돼.... 너한테는 이미 할인해서 준거야... '
'사실, 지난번에 투어리스트 오피스 사람을 만났는데... 내방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던데? 모두한테 할인해주는거 아냐? '
'아냐... 이지역에 호텔이 200개나 되는데.. 그사람이 어떻게 가격을 다 알아... 그렇지 않아... '
'어쨋건... 너네 때매 난 불필요한 노력을 해야 했으니깐.. 깍아줘... '
'그렇게는 안된다니까... '
'이것봐... 니네가 나한테 4일을 다 못준다고 했으면 난 여기 안묵었을거야.. 중간에 옮기는거 귀찮잖아... 근데 4일 준다고 해서 묵은거니까.. 니네한테 책임이 있어.. 그리고 요즘 너네 축제때매 온 호텔이 풀 부킹인건 너도알지? 내가 방구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줄 알아? 깍아줘... ' (약간의 과장이다.. 하하)
'그럼 하룻밤에 100루피씩 300루피 깍아줄께... ' 헐.. 택도 없다.
'500루피 깍아줘... '
'헉.. 그건 안돼........ '
의견타협을 보지 못한 우리는 다음날 아침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 사장이란 아줌마는 너무 너무 미안해 했기 때매 기분이 쪼금 풀렸다. 이후 난 내방에서 내가 이번일로 입은 손해를 1-5 까지 적고 20% off (460루피)를 요구했다..
다음날 아침, 사장 아줌마를 찾아가서...
어제 밤 적은 쪽지를 주며 이것이 이번일에 대한 내 의견이니 생각해 봐라... 11시에 다시 올테니 그때 이야기 하자고 나왔다.
11시에 가서 계산을 하는데 대충 보니 425루피를 깍아준다. 그래.. 뭐 그정도면.. 더 고집부리기도 귀찮고..
계산하고 나왔다.
짐싸들고 잠시 로비에서 쉬는중, 대포카메라를 메고 다니던 투숙객 한명이 말을 건다.
'오늘 떠나? '
'아니... 쟤네들이 나가래서.. 호텔 옮겨... '
'그래? 나도 그런데... 일본 단체손님이 왔대나 모래나... '
'정말??? 나도 그래!!! ' (헉.. 그럼 내가 어제 너무 오바한거야??? )
'아래층으로 내려가래.. 내일 다시 방 돌려준다는데... 모르지 뭐... ' (쳇.. 서양놈은 방만 옮기라 하고.. 난 나가래냐? )
이렇게 난생처음 사소한거에 목숨걸었던 일은 마무리 됐다. 그것도 영어로!!! 하하하 (먼가 말은 많아보이지만 매우 심플한 표현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히히히
dekeling 호텔 첫날 묵은 방. 디럭스 룸 이라는데.. 그닥 디럭스해보이진 않는다. 1200루피
2-3일째 묵은 방. 작지만 아담하고 아늑하고 좋았다. 층이 더 높아서 조용하고, 경치도 훨씬 좋다.
층마다 이런 로비가 있다. 아랫층 로비에는 벽난로도 있고... ^^
밤만 되면 서양여행자들이 나와서 차마시고 떠든다. 영어못하는 난... 누가 말이라도 시킬까 8시에 칼같이 방에 들어와 문잠그고 잔다. (1:1 대화는 서로 보조 맞춰주고 하면서 하면 되지만... 여럿이 하는 대화는 점차로 나만 소외될텐데... 그럼 부끄럽잖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