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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탔어요/Jeju2011. 9. 29. 22:02

생애 첫 제주 : 제주 올레 걷기...

열심히 걷다보니 들었던 생각들.

내가 한거라고는. 힘겹더라도 조금만 더 힘을내 그저 한걸음 뗐던것 뿐인데... 고작 50cm정도를 내 딛었었을 뿐인데... 그러한 발자국들이 쌓이고 쌓여, 그러한 내 노력이 쌓이고 쌓여,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나는 목표한 곳에 도달해 있더라..
힘들어, 다리아파, 이노무 코스는 왜 이렇게 길어, 한발자국도 더 못걷겠어!! 투덜대면서도 기어이 한걸음 내 딛어보니 이만큼 와있고, 투덜 투덜 대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또 이만큼이나 와있고... 그런게 정말 너무 너무 신기했다. 너무 너무...

꽤 오랜 시간동안 걸었는데도 마주친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이 길을 걷는건 정녕 나 혼자 뿐인가... 라는 생각에, 내 선택은 잘못된 거였을까? 의심도 했었는데, 내눈에 띄지 않을뿐이지 다들 어딘가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시선과 방향으로 차근 차근 걷고 있었다. 내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도 없는것은 아니더라.

종종걸음으로 재빠르게 나를 앞질러갔던 사람들... 비록 나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을지는 몰라도 길을 걸으며 내가 가졌던 여유는 맛보지 못했으리라. 반대로, 느긋하게 천천히 걸은 덕분에 나는 도착해서도 많이 쉬지 못하고 또다시 길을 떠나야 했으니 결국 그대와 나의 길은 쌤쌤.

한 구간을 꼬옥 완주하고야 말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힘겹게 힘겹게 한걸음 내딛는 여정이면 어떻고, 중다 못가면 어떠리 가는 길에 내가 즐겼던 수많은 풍광들이면 됐지... 라며 유유자적 걷는 여정이면 어떨까.

가방하나 둘러맨채 혼자 걷는 사람들, 도란 도란 이야기 하면서 둘이서 걷는 사람들, 시끌시끌 왁자지껄 즐기면서 단체로 걷는 사람들. 어떤 형태의 여행이든 다 좋아보였다. 이번엔 혼자 왔으니, 다음번엔 누가 됐든 아끼는 사람이랑 꼬옥 다시한번 오고싶다.

파란 바도위에 부서지는 햇빛들. 두손 가득 그러모으고 싶었지만, 정말 아름다운건 붙잡을수가 없었고
넋이 나갈정도로 사랑스러웠던 바닷가의 붉은 노을은 찰나의 순간으로 사라져갔다.
박유천이 눈망울이 예쁘다지만 길가에 핀 코스모스며 푸른 초원, 검은 돌로 쌓은 낮은 돌담이 더 예뻤고
박유천이 목소리가 좋다지만 풀벌레소리, 파도소리, 바람소리가 더 좋았고
박유천이 키스신이 무섭지만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와 바람이 더 무서웠다. 

여행3일동안 올레3코스를 걷는 일정은 힘들기도 했고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지만. 여러가지로 많이 좋았다.
힘이 들지만, 다시한걸음 내 딛어 보자! 지금은 고작 한걸음이지만, 어느새 저만큼 멀어져 있을테니 말이다.


Posted by Esther